작년 여름쯤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돌리던 밴드가 있다. 어느샌가 국내 밴드들을 찾아서 듣고있는 입장이 됐지만, 제작년까지만 해도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국내 힙합과 고전 락 밴드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 거기에 가끔가다가 2000년대 초반의 발라드 정도. 그런 와중 접한 인디 락과 재즈의 조화는 신선한 충격 이었다. wave to earth의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 'This is the new wave.' 한 문장만이 적혀있는 앨범 설명과 같이 그들은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This is the new wave."
wave to earth의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은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어떤 위로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앨범은 전반부에서는 "어떻게 너랑 있는데 하루가 안 좋을 수가 있을까"라는 달콤한 말로 시작해 사랑을 노래하고 영원을 바란다. 앨범의 절반을 조금 더 지나가 Disk 2로 넘어가면 앞에 일들은 그저 꿈이었던 것처럼, 마치 향수병에 빠진 것 같이 돌아갈 곳은 없는데도 돌아갈 집을 찾고 있다. 사랑은 말라버린 꽃처럼 그저 영원한 기억이 되어 돌아갈 곳도 흐려지고, 뭔가 볼 수 있을까 싶어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지만 그게 뭔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장마철과 같은 앨범이다.
후덥지근한 온도와 끈적이는 습도에 어딘가 불편하지만,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지나가며 커다랗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던지는 위로의 말이다. 이 앨범의 내용과 더불어 알게 된 계기, 그 이후도 나에게는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각별한 느낌을 주는 밴드다. 이들의 새 앨범이 나온 뒤에도 언제나처럼 집에서 나오면 이 앨범을 틀어놓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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